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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럭이 기러기 윤복진 시 박태준 곡 노래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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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의 뮤직톡톡] 월북 작사가 윤복진

  •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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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01 발행일 2019-02-01 제39면
  • 수정 2019-03-20
첫 근대동요 ‘반달’보다 먼저 발표한 최초 동요 ‘기러기’
 
재즈드러머 sorikongan@hanmail.net
 
1920년 작곡가 박태준과 작사가 윤복진이 만든 ‘기러기’ 악보. 이 곡은 국내 첫 근대동요로 알려진 윤극영의 ‘반달’보다 더 빨리 발표됐다.

대구가 자랑하는 근대의 음악가를 꼽으라면 누구든 박태준, 현제명 등의 이름을 떠올릴 것이다. 특히 박태준이 작곡한 동요 ‘오빠생각’과 가곡 ‘동무생각’은 일제강점기 조국을 잃어 기댈 곳이 없던 민초들의 황량한 가슴을 훈훈하게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잊힌 음악가 한 분을 더 소개하고 싶다. ‘우리 아기 불고 노는 하모니카’로 시작하는 ‘옥수수 하모니카’와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우는 밤’으로 시작되는 ‘찔레꽃’의 작사가 윤복진이다. 통기타 가수 이연실의 노래로도 잘 알려진 찔레꽃. 누구나 들으면 엄마생각을 절로 나게 하는 아름다움과 슬픔이 공존하는 곡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엄마가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으로 시작하는 곡은 광복 이후에 두 번의 개사를 통해 이태선의 ‘가을밤’으로 알려졌다가 1970년대 초 이연실의 찔레꽃까지 가세함으로써 현재의 찔레꽃이 되었다.

윤복진은 1907년 대구에서 태어나 1924년 계성학교를 졸업한다. 소파 방정환의 추천으로 문단에 등단한 뒤 아동문학가로 본격적으로 활동하며 동시 작사에 특히 공을 들인다. 1936년 도쿄대 법정대학 문학과를 졸업한 후 1950년 6·25전쟁 중 자진 월북했다. 당연히 이후 그는 우리한테는 잊힌 작사가가 된다. 그런데 윤복진의 금지곡은 다행히 1988년 해금된다.

대한민국 최초의 동요라 하면 윤극영의 ‘반달’이 정설이지만 계성학교 선후배간이자 음악동료인 윤복진과 박태준이 1920년에 발표한 ‘기러기’가 우리나라 최초의 동요라 할 수 있다.

‘울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길 잃은 기러기 날아갑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넓은 하늘은 엄마엄마 찾으며 흘러 갑니다.’

그는 오래 월북작가로 묶였고 그래서 그의 작품은 모두 금지곡이 된다. 옥수수 하모니카는 원래 1929년 ‘하모니카’로 발표된다. 하지만 윤복진이 북으로 가버리자 그의 곡도 불릴 수 없는 처지가 된다. 그 곡을 작곡한 홍난파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기념사업회에서 1964년 한국 최고의 동요 작사가 중 한 명인 윤극영에게 부탁해 개사할 때 제목도 옥수수 하모니카로 바뀌게 된다. ‘욕심쟁이 작은 오빠 하모니카는’으로 시작되는 하모니카 원곡은 개사된 것과는 다르다.

이런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우리들에게 알려진 몇몇 곡은 약간의 개사를 통해 아무렇지도 않게 원곡의 기억을 덮어버렸다. 이건 ‘표절’이라기보다 원곡 탈취에 가깝다.

한때 ‘빨치산의 노래’로 금기시됐던 ‘부용산’을 작곡한 월북작가 안성현이 작곡한 ‘엄마야 누나야’도 훗날 가수 배호의 외삼촌인 바이올리니스트 김광수가 개작한다. 우린 오랫동안 안성현보다 김광수 버전의 노래에만 익숙해져 있었다.

월북한 작사가 조영출의 작사곡인 ‘신라의 달밤’의 원곡은 ‘인도의 달밤’이다. ‘아~ 인도의 달이여 마드라스 교회의 종소리 울린다. 지나가는 나그네야’로 시작한다. 약간의 지명 수정만으로 작사가가 바뀐 것이다. 권위주의시대에는 월북 예술가의 작품은 거부되고 부정되고 폄훼되었다. 괜찮은 대목을 슬쩍 자기 것으로 가져가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관계자들 역시 그런 사실을 국민에게 소상하게 알리지도 않았다.

남북음악교류가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이 시점에 원곡의 변형에 대한 진실을 모두에게 알려주어야 될 것이다. 1980년대 중반에 북측의 조선신보와 1990년대 후반 조선음악가 동맹에서 이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하였다. 당시 북측의 발표 논조는 상당히 노골적이고 비판적이었다.

내가 만든 곡을 누군가가 몇 글자만 바꾸어 자신의 곡으로 등록한다면? 상당한 배신감과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현재는 남북 교류와 경협, 그리고 더 큰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거론되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 이 대목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윤복진 같은 대구가 자랑하는 음악가의 위상도 제대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그것은 원곡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정서를 모든 국민이 공유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재즈드러머 sorikongan@hanmail.net

기러기 (윤복진시. 박태준곡) - 김희진 https://youtu.be/VUkpHxkOkuc?si=3nmzA3fd5Sn-NRdw 출처 @YouTube